그 여고생 교복 위 시리도록 눈부신 하얀 칼라 같은,
칼라꽃 얻어 온지 여러 해
수선화 제주한란 피고 각시붓꽃 바람꽃 약속처럼 피는데
그녀의 꽃밭에서 어질머리 피던 꽃
내 아파트 허공 베란다에선 꽃이 되지 않는다
길게 목을 뺀 잎자루 위
푸른 잎 큰 손처럼 벌리고 칼락칼락 찬 기침을 한다
인연의 마디마디 꽃은 피는데 그리움이 지친자리 눈물꽃도 피는데
지금도 여우별처럼 눈에 선한 그녀의 하얀 칼라
그것이 내게 꽃이었다는 것을
피지 않는 칼라꽃 곁에서 나는 이제 아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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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구영 시인 약력]
1948년 경남 고성 출생. 1974년 <현대시학>등에 시를 발표.
2008년 <열린시학>에 시를 발표. 2018, 열린시학상 수상.
2018년 시집<햇살속에서 오줌 누는 일이 이토록 즐겁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