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없이 살던 시절
범보다 무서운 사가(査家) 손이 들면
대소가가 돌아가며 식상 봐
당가(當家) 고초 덜어주고
상객(上客) 아린 가슴 위로했다는데
촌 살림살이 가늠하는
어느 숙맥 같은 양반이
칠첩반상에 빠지지 않는
찬을 두고
장난기 발동시켜
사랑채 흔들리게 뼈 빠수니
문 밖의 하인
진판산판* 안채 뛰어들어
꿩 다리가 작살났다고 아뢰니
다음 회가(回家)) 들 집 안으로 낯빛
하얗다 못해 파래지더라네.
*생치 : 익히지 않은 꿩고기
*진판산판 : 진둥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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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임 시인 약력]
경북 청송 출생. 월간<조선문학> 신인상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시집;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배> <양동 물봉골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