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도 산바람도 좋은 날
엄마랑 뚝 아래 밭 구경을 하느라
금강 둑을 따라 조심히 걸었다
흙길에 유모차는
그런대로 밀려서 엄마를 데려가고
난 엄마 얼굴을 살피며 걸었다
어느새 검버섯이 많아져도 놔두고 사는 엄마
젊어서 콜드크림 맛사지도 잘 하시더니
동네 할머니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는 한 참을 가다가
황씨네 밭에 깨가 제일 잘 되었다며
들깨 몇 가지를 툭툭 건드렸다
깨꽃이 하얗게 쏟아지는 사이로
‘올해는 이만만 해요. 아줌니 나오셨어요?’
한 눈이 찌그러진 황씨는
불쑥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해서 놀랐다
‘깻잎 좀 줘! 혼자 먹지 말고’
웃음으로 민망함을 응대하시는 것이겠다
오이 하우스 단지를 지나
들길 중 큰 길로 접어드니
파란 하늘에서 쏟아진 바람이 반기며
유모차에 잠시 앉게 한다
햇살의 길이를 가늠해 보느라
엄마는 눈을 찌그리어 멀리 보면
햇살도 엄마 얼굴을 살피며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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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초 시인 약력]
월간 <한국수필> 수필등단, 월간<시see> 추천 등단.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
서울시인협회사무차장.
시집:『영혼까지 따뜻한 하늘 우러러보다』.
월간<시see> 2018년 올해의 시인상 본상수상.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어요
시인님과 차 한잔 하고 싶네요
<들깨 꽃이 핀 길>은 마치
임 시인님 고향 정경을 보는 듯합니다.
고향의 따뜻한 서정을 담으셨네요.ㅎ
잠시 머물렀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