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남녘 꽃 보러 가는 길
반나절 봄비 마신 영산홍
내민 입술 사이 붉은 미소를 따라
가파르게 흔들리는 꽃터널을 지나
꽃멀미에 휘청거리는 내 가랑이 사이로
해종일 봄바람은 사운대고
남으로 달리는 속도만큼
점점 더 초록 물감 덧칠하는 산야
워매! 그리고 또 저기 좀 봐
자운영 붉은 바다에 한눈파는 햇살
금빛 알몸인 채 까무룩 든 낮잠
우우 차창 위로 쏟아지는 꽃비는 또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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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숙 시인 약력]
전남 나주 출생.《국보문학》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 『남도 가는 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