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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갑 -시인 김선화
  • 시인 김선화
  • 등록 2019-09-06 05:39:03
  • 수정 2019-10-23 07: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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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 시침선이 겉으로
오톨도톨 나와 있던
두툼한 그것은 한 짝이면 되었다
다른 한 손엔 낫을 들고
나뭇가지를 박력 있게 쪼아 꺾어
아궁이 미어터지게 채워 넣던
그 투박한 것은 아버지였고
열한자식 먹여 살리느라
온 몸 성할 새 없는 아버지는
투박한 가시장갑이었다
아무도 그 생가죽을 보고
가죽장갑이라 말하는 사람 없었다
첩첩산중 우리 동네에서는
날선 것들을 거뜬히 제압하는
철갑 안 부러운 그것이
집집마다의 큰손이었다
지금도 모든 아버지들의 손은
가시였다 가죽이었다 하며
자식들 앞의 거친 덤불을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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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시인 약력]
<월간문학> 등단.
저서 《인연의 눈금》 외 15권.
한국수필문학상, 대한문학상(詩)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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