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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10월 인하설 솔솔
  • 박정선 기자
  • 등록 2019-08-31 03:57:36
  • 수정 2019-10-23 09: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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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그러나 올해안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금통위원 7명중 2명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고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경제 상황에 따라 필요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대응 여력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미국보다 한발 앞서 전격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스럽다는 게 한은 내부 분위기다.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언제라도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음을 이 총재가 강조한 것이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1.25%의 기준금리를 시행한 바 있다.

올해 금통위는 10, 11월 두 차례 남았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일부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가 이어져 1.0% 또는 그 밑으로 기준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금리를 내리면서 수출과 투자 부진, 대외여건 악화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 등으로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가 1%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데 합리적 기대라고 보나.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완화기조 유지하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완화할지는 국내외 상황과 여러 지표들을 확인하면서 정책을 펴겠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 강화되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 움직임이나 유로존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 소위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났다. 많은 나라들이 금리 내리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기대 크게 높아진 걸로 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조정 등 정책 수단을 사용할 여력이 충분한가.

"과거에 비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할 순 없겠다. 우리나라는 정책금리 실효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좀 높고,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여력은 있다."

-기준금리를 실효하한 금리 이하로 내릴 수도 있을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실효하한 밑으로 내리는 건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실효하한의 기준을 통화정책 효력이 발휘 못하는 지점으로 볼지, 아니면 자금 유출을 기점으로 볼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다. 실효하한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당히 판단하기 어렵다."

-실효하한 금리를 언급하면서 유동성 함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앞으로 금리인하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무엇인가.

"특별히 어느 하나가 걸림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기대효과와 비용을 보고 종합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겠다. 금리 인하를 할 경우 경기활성화 효과가 있지만 금융안정쪽에서는 비용이 들 수 있는 식이다."

-정책금리 폭을 10bp(1bp=0.01%p)로 줄이는 '마이크로 스탭(micro step)'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필요시 25bp 이상의 금리 조정도 가능하다고 보나.

"현재로선 기준금리 조정폭을 25bp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책 금리를 25bp나 그 배수로 조정하는 건 역사가 오래됐다.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유의한 효과를 내는 최소 단위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만약 정책 금리 조정폭을 25bp보다 작게 할 경우에는 여파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짰다. 정책 공조차원에서 한은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통화정책도 이미 경기활력을 제고하는 완화기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안 발표했다고 해서 바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크게 의미있는 건 아니다."

-정부가 내년도 세수 증가율을 0%대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세수전망은 경제성장 정도의 시그널로 여겨진다. 경제 안 좋아지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한다고 했는데 추가 금리 인하 필요할까.

"원론적으로 세수와 명목 성장률 관계가 밀접하지만 일대일 대응으로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법인세는 올해 기업실적이 내년에 반영되는 등 시차가 있다. 추가 인하에 관해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 안 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나타나면서 대외 여건에 많은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현재로선 상황변화가 성장세나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되지 않아서 앞으로의 상황을 보겠다."

-정부가 경제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39%로 전망했다. 이후 40% 이상으로 늘 것으로 봤다. 펀더멘털도 좋지 않은 상황인데 외국인 이탈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볼 때 급격히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무역 분쟁 외에도 홍콩 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서 외국인 투자자들 움직임을 유의 해서 보겠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9% 넘게 늘린 513조원으로 발표했다. 총재는 항상 재정확대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나.

"어제 정부 예산안이 발표돼서 아직 내역을 뜯어볼 여유가 없었다. 곧 살펴볼 것이다. 제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오래 전부터 강조해 온 건 사실이다. 어떻게 쓸 지도 중요하다."

-이달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플레이션 우려 없나.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말쯤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본다. 내년 초 쯤에는 1%대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공급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 두세달 안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를 제외한 기조적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다."

-최근 환율이 124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환율의 중요성이 얼마나 높아졌나.

"최근 환율이 큰폭 상승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인 고려 요인은 아니다. 금리 정책은 환율 변동 그 자체보다 국내 금융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최근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니 앞으로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상황변화에 유의하면서 운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무역 규제 흐름이 우리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와 앞으로의 전망이 궁금하다. 한은에서 금융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징후는 없었나.

"국회 업무보고 당시 '한일간 경제 연관성을 감안하면 소위 갈등은 분명히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엊그제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품목의 범위나 수, 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흐름이나 일본계 외화자금의 유출입 행태에 대해서는 아직은 큰 변화 없다. 외환 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까지는 뚜렷하지 않다. 일본 수출 규제가 어떻게 전개되고 영향 미칠지 상시적으로 점검하겠다."

-가계대출과 자영업 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완화적 정책의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특히 자영업 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새로운 '부채 뇌관'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자영업자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건 사실이지만 하반기부터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점차 둔화되고 있다. 또한 우량 차주 비율이 76%에 달해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업황이 부진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늘고 있어 그 점을 유의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자영업 업황이 좀더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다시 등장했다. 이는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인가.

"지난달에 전망치를 내놨기 때문에 아직 수치로 수정할 단계는 아니다."

-총재 취임 후 금리 변경을 8번 했다. 2번만 경제전망 시점에 금리를 변경했고 나머지 6번은 시점이 달랐다. 경제전망 시점과 통화정책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나.

"이 상관관계를 굳이 결부시켜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금리 전망 시점과 실제 조점 시점이 다른 건 어떻게 보면당연하다고 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달러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영란은행 총재도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중앙은행 암호화폐(CBDC)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달러를 국제통화로 하는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의구심이 드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CBDC는 하나의 안으로 제시된거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도입한 나라도 현재 없다. 늘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필요시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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