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바닷가 모래톱 위/ 상처투성이로 널브러진 늙은 나뭇등걸 하나 만났다/ 망가진 육신 사이로/ 고단한 삶이 결을 따라 묻어난다
결은 결을 삭이지 못한 채/ 때로는 부당한 것이 정당화되어/ 진실이 왜곡되는 뻔뻔함도 감수하며/ 오랜 세월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냈다
계절은 여러 해 동안 왔다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상처 하나씩 놓고 갔다/ 옹이가 지거나 군살이 된 삶/ 깊은 상처로 파인 곳엔 수리부엉이가 들어 살았고/ 딱따구리란 놈은 마구 생살을 파내곤 새끼를 키웠다/ 더러는 다 큰 녀석도 날아가지 않고/ 계속 쪼아대며 파고들었다/
해마다 늘어가는 시달림으로/ 땅을 움켜쥐던 힘 약해지고/ 비바람 몹시 불던 날 흙은 그를 밀어내/ 강물로 곤두박질쳐 바다로 떠밀렸다/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내게로 건너 온다/ 어쩌면 훨씬 더 이전부터, 나는/ 그에게 몸 붙여 살던 수리부엉이였거나/ 딱따구리였을지도 모르겠다
--------------------------------------------------------
[최스텔라 시인 약력]
<문파문학> 신인상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