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설염(舌炎) -시인 홍순영
  • 시인 홍순영
  • 등록 2019-08-20 09:55:32
  • 수정 2019-10-23 07:56:43

기사수정

누군가 홀로 시소에 앉아

신발로 모래알만 문지르다 어둑해서야 돌아갔다/

 

혼잣말을 해독하는 어둠 속

피어나는 착란(錯亂)/

 

저 혼자 부풀어 올랐던 꽃잎이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게으른 하품을 하며 진다/

 

꽃이 진 아침이 되어서야

빗물이 고일만한 웅덩이가 한두 군데 생긴 걸 발견했다/

 

며칠 지나면 또 누군가

흙이 잔뜩 묻은 발로 반쯤 묻힌 타이어를 몇 번 차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내 돌아갈 것이다/

 

말(言)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혀는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쪽을

자꾸만 더듬는다.

--------------------------------------------

[홍순영 시인 약력]

2011년 『시인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제 13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