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홀로 시소에 앉아
신발로 모래알만 문지르다 어둑해서야 돌아갔다/
혼잣말을 해독하는 어둠 속
피어나는 착란(錯亂)/
저 혼자 부풀어 올랐던 꽃잎이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게으른 하품을 하며 진다/
꽃이 진 아침이 되어서야
빗물이 고일만한 웅덩이가 한두 군데 생긴 걸 발견했다/
며칠 지나면 또 누군가
흙이 잔뜩 묻은 발로 반쯤 묻힌 타이어를 몇 번 차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내 돌아갈 것이다/
말(言)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혀는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쪽을
자꾸만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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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시인 약력]
2011년 『시인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제 13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