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해외파생결합증권 개인 투자자 1인당 2억원, 원금 거의 손실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08-20 04:02:28
  • 수정 2019-08-20 04:05:49

기사수정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몰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한 개인은 3600여명이 7300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2억원가량 투자해 현재 예상 손실률이 절반을 넘은 56%에서 최대 9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차 실태조사를 마친 금융 당국은 이번 주부터 DLS 판매사(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와 발행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합동검사에 나서 상품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최근 문제가 불거진 독일·영국 등 금리연계 DLS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7일 기준으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하는 상품 판매 잔액이 1266억원, 미국 또는 영국 CMS(이자율 스와프)에 연동하는 상품이 6958억원으로 합계 8224억원이라고 밝혔다. 가입자 중 법인은 5%뿐이고 95%(3654명)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가입액은 1인당 평균 2억원이었다.

판매사별로는 전체 판매액의 99.1%(8150억 원)가 은행이었다. 우리은행(4012억 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고 KEB하나은행(3876억 원), 국민은행(262억 원)의 판매액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에서는 74억 원어치가 팔렸다.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투자증권(11억 원) 순이었다.

손실률은 심각하다. 독일 국채 연동 상품은 예상 손실률이 95.1%로 원금을 거의 잃을 위기고, 나머지는 예상 손실률이 56.2%로 계산됐다. 하지만 이는 7일 금리 기준이고 19일 현재 금리가 7일보다 30% 이상 추가 하락한 만큼 손실률도 훨씬 더 높아진 상태로 추정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는 이미 지난 7일 기준으로 판매 금액 전체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이 있는데, 올해 초 0.24%이던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16일에는 -0.69%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상품의 만기는 다음 달부터 11월 사이에 집중되는데, 이때까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현재 상태로 유지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상품은 대부분 우리은행에서 사모(私募) 형태로 팔았다.

KEB하나은행이 주로 판 영국 CMS(이자율 스와프) 7년물 또는 미국 CMS 5년물 연계 상품은 만기가 내년에 도래하는 게 88%다. 만약 내년 만기 때까지 지금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 평균 예상손실률이 56.2%다.

금감원은 "구조가 복잡한 데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이 상품들이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됐기 때문에 상품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국채금리 등락에 연동한 상품인데도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며 마치 독일 국채 자체에 투자하는 것처럼 오해 소지가 있게 판매한 경우 등 불완전 판매가 실제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밝혀낼 예정이다.

DLS는 올 상반기에만 15조원어치 발행됐고. 이 중 3분의 1인 5조원가량이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모든 금리연계 DLS가 다 위험한 것은 아니고, 이번 경우처럼 특히 만기가 4개월~1년 정도로 짧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된 것들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매일 금리 그래프를 들여다보며 원금을 조금이라도 건지려면 오늘이라도 당장 환매해야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쏟아지는 고객 문의에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 외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다. 첫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투자자가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0.7% 수준인 독일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0.2% 위로 급등하지 않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만기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 세계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을 기대하는 중이다. 지금 환매를 해버리면 손실이 확정되고, 나중에 금리가 회복될 경우 원금을 더 건질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더 손해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환매하려는 분들께 최소한 환매수수료(5~7%)를 안 받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자본시장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을 받아서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거나, 개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29건으로, 만기 이후 손실이 확정되면 민원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한두 달 안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2005년 우리은행이 판매한 고위험 파생상품 '파워인컴펀드'로 투자금 전액(1700억원)을 날린 투자자들에게 분쟁조정위는 50% 배상을 권고했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20~40%를 배상해주라고 판결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
error: 관리자에게 문의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