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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속도 -시인 박일만
  • 시인 박일만
  • 등록 2019-08-15 04:59:17
  • 수정 2019-10-23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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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수없이 접었다 펴가며

반듯한 철로에서도 뒤뚱댄다

험준한 산길을 만날 때마다

쉼 없이 허리를 꺾어대야 하는 몸

세상을 건너 시절을 건너 혈을 짚어가면서

뼈를 한 치씩 늘였다 줄여 가면서

종점에서 시작, 늘 종점에서 끝난다

주렁주렁 식솔들에게 등을 내주고

길고 고단하게 달려야만 하는 몸은 태생부터

속도라는 패에 온 생을 걸었다

칸칸이 바람으로 가득한 속도는 뼈의 아비들

삐걱대는 관절을 마디마디 이어 붙인 남루한 골격

꼿꼿한 자세로 무거운 등짐을 날라야 하는 천성으로

달리다 멈출 때마다 허리의 통증은 더해진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인 줄 알았던 세상 모든 아비들이

가끔 자리 펴고 누워 앓는 소리를 내는 연유도

속도가 지켜 내는 올곧음 때문,

속도와 한 몸인 아비들

역마다 부려 놓은 허기를 되삼켜 가며

해지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전복되지 않으려고

뒤척이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내력,

속도는 세상의 아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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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시인 약력]

·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현대시》등단.

·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등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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