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푸른 심장’으로 불리면서 첼시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211골을 넣은 프랭크 램파드. 그는 미드필더이면서도 골을 잘 넣어 ‘미들라이커의 교과서’로 불렸다.
맨체스터의 ‘슈퍼 서브(super sub, 최고의 교체선수)’로 불리며 126골을 넣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노르웨이 출신의 그는 후반전에 경기장에서 나선 후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잘 넣어 ‘동안의 암살자’로 불렸다.
경기장에서 맞붙었던 두 클럽의 영웅이 영국을 대표하는 첼시와 맨체스터의 감독으로 2019~2020 시준 첫 경기에서 진검 승부를 겨뤘다. 결과는 램파드의 완패. 솔샤르는 최고의 시합을 만들어냈다.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데뷔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답답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흔히 공을 상대방 골 진영까지 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 좌우한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골을 넣는 것은 선수의 역량에 의해 좌우된다. 골잡이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 면에서 램파드 감독의 ‘실력과 역량 부족’이리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첼시 FC는 12일 오전(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공격에서는 골운이 없었고 프리시즌 때부터 대량 실점했던 수비는 허술하기만 했다.
첫 실점은 수비수의 반칙 때문에 일찌감치 나왔다. 첼시는 전반 18분 맨유 래시포드에게 페널티 킥을 허용, 0-1로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첼시는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맨유를 강하게 압박하며 몰아붙였으나 에메르송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골 운은 따르지 않았다.
후반전은 맨유의 주 무대였다. 맨유의 빠른 템포에 첼시 수비진은 따라붙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후반 20분 역습 상황에서 앙토니 마샬의 추가골에 이어 2분 뒤에는 래시포드에게 또다시 골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0-3으로 무너졌다. 첼시는 결국 후반 36분 교체 투입된 맨유 다니엘 제임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0-4로 완패하고 말았다.
첼시가 대패한 이유는 무엇보다 허술한 수비였다. 첼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프리시즌에서도 레딩 FC와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상대로 3점씩을 허용했다. 두 팀 모두 첼시의 리그 우승 경력, 인기, 선수층,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약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들 팀에 무려 3점씩을 내줬다. 프리시즌 경기지만 첼시의 허술한 수비 문제가 시즌 전부터 생긴 것이다.
첼시의 포백 아스필리쿠에타-크리스텐센-주마-에메르송은 공을 잡으면 바로 치고 올라가는 맨유의 빠른 템포에 대응하지 못했다. 맨유 공격수 폴 포그바와 래시포드, 마샬은 중원부터 전방까지 종횡무진하며 첼시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맨유의 강력한 역습에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수비진은 급격히 흔들렸다.
공격은 비교적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나 운이 없었다. 아브라함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2선에는 페드로-바클리-마운트가 지원했다. 첼시는 전반 4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아브라함이 오른발 슛을 강타했으나 왼쪽 골대를 때리면서 득점 기회를 날렸다. 전반 40분에는 에메르송이 골 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이 또 다시 왼쪽 골대에 맞고 나왔다.
첼시는 올 시즌 공격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아자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공백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여기에 다비드 루이스, 게리 케이힐이 팀을 떠나고 안토니오 뤼디거도 부상으로 당분간 출전이 어렵다. 하지만 코바치치와 메이슨 마운트가 그 틈새를 메웠다. 코바치치의 돌파력과 드리블은 맨유의 공간을 흔들었으며 첼시 유망주 메이슨 마운트의 빠른 중거리 슈팅도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 경기 볼 점유율은 54대 46으로 첼시가 다소 앞선다. 슈팅수 역시 18개(유효슈팅 7개)대 11개(유효슈팅 5개)로 첼시가 앞섰다. 두 번이나 골대를 때린 불운이 골 결정력에서 맨유에 뒤처진 것이다.
첼시는 이번 원정경기에서 또다시 패배, 맨유를 상대로 7경기 연속 원정 무승에 빠졌다. 데뷔전 첫 경기에서 완패의 수모를 당한 램파드 감독. 올 시즌 어떻게 촘촘한 수비를 갖출 수 있을지가 최대의 고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