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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창업주 윤동한 회장 29년만에 경영에서 물러나
  • 이재희 기자
  • 등록 2019-08-12 05:15:07
  • 수정 2019-08-12 05: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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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국콜마를 세운 창업주 윤동한 회장(72)이 29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임직원 조회 때 한·일 경제 전쟁 관련 특정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는 내용이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논란이 일어나자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통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회장과 김병묵 대표이사(사장)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한국콜마홀딩스는 김 대표이사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한국콜마는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에 제품과 원료를 파는 연 매출 1조3000억원의 중견기업이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월례 조회에 참석한 임직원 700여명에게 유튜브 채널 '리섭TV'에 올라온 '화이트리스트 ㅈㄴ('매우'라는 뜻의 비속어) 쉽게 설명하겠습니다'라는 동영상 일부를 보여줬다. 해당 영상 제작자 심리섭씨는 동영상에서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것은 한국 정부의 실정 탓'이라고 했다. 또 노무현 정부의 민관공동위원회가 과거 청구권 협정 때 받은 일본 자금 중 3억달러에 징용 피해 보상이 감안됐다고 판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수석으로 이 위원회에 참여했던 점 등을 언급했다. 이러면서 "아베가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지도자"라고 했다. 해당 영상 제작자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 원인 중 하나가 반미(反美) 정책이라면서 "지금 베네수엘라 국민은 전부 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어요. 우리도 그 꼴이 날 거예요"라고 했다.

지난 8일 밤 JTBC는 이에 대해 '한국콜마 회장 한국 여성 극단적 비하 영상 조회서 틀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보도 이후 파문이 거세게 일자 한국콜마 측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월례조회 때 활용된 특정 유튜브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회사 측은 입장문에서 “현재의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특정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을 인용했다”며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선 안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윤 회장 이하 한국콜마 임직원은 조금 더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 커졌다. 일본콜마가 한국콜마 지분(약 12%)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지난 9일 한국콜마 주가는 전날보다 약 5% 떨어졌다.

10일엔 더불어민주당이 부대변인 논평을 내고 "윤 회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물론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저질 영상을 직원들에게 강제로 보게 했다"며 "윤 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우리는 동영상을 보여준 조회 날도 다 함께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며 "친일 기업이라는 비판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화장품 업계 전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등 불안과 우려가 고조되자 결국 윤 회장이 회장직 사퇴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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