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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계몽운동(?)하는 공직자
  • 칼럼니스트 청사
  • 등록 2019-07-23 08:42:31
  • 수정 2019-12-30 07: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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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우리의 아픈 기억 속 남아있는 흑백영화 <상록수>.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선생이 떠오른다.  낡은 칠판에 쓴 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갸 거겨---”를 외치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따라 읽는 감동의 장면, 그때 우리는 국민 계몽운동이 절실했고 여주인공에게 갈채를 보냈다.  그런데 지금 오늘에도 국민 계몽운동을 하는 공직자가 있다.  일개 임명직 비서인 스탭의 신분으로 SNS를 통해 마구 대국민 엄포를 쏘아댄다, 누가 말릴 사람도 없다.  그런 그를 두고 갑론을박 말이 많다.  시대착오적인 “여선생‘으로 꼬집는가하면 ’선동꾼‘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계몽이냐 선동이냐

참 놀라운 발상이다. 그의 엉뚱한 발상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자라면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보이는 게 상식이다.  언행이 신중해야 하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  한 떼 대학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교수라는 이성적 지성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최근 한일관계의 위기를 두고 외교의 실종이라 말한다.  정작 대안을 내놓고 협상의 장을 만들어야할 외교는 종적을 감추고 종국적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비공식 ‘나팔수‘를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것도 흑 아니면 백의 선택이다.  일제의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해 친일 아니면 이적(利敵) 두 가지 선택지로 피아(彼我)를 판가름한다는 발상이다. 적 아니면 동지, 이런 논리는 지금까지 국내 보수와 진보, 친북 아니면 반북의 정서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그런데 외교에 끼지 무차별 적용 한다면 결과적으로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일본의 행위에 대해 불만이 있다 해도 이성적 외교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친일이냐 이적(利敵)이냐

문제해결의 올바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섣불리 감정을 내세우는 것은 졸장부 근성이다.  21세기 문명국의 태도가 아니다. 이런 비합리 비이성적 태도로 계속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면 다수의 국민은 실망할 것이다. 이제 공무원이 나서서 국민을 계몽하는 시대는 한참 지났다, 먹혀들 국민도 없지만 오히려 역풍에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오자 기성 정치인, 정치에 입문하려는 자들의 숨은 욕망이 끓어오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여야 모두 혈안이 되어 자칫 국민을 호도하는 음모를 꾸민다면 마땅히 표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론전의 한가운데 ‘친일 프레임’이 비판의 중심에 놓였다.

동서를 막론하고 정권유지의 강력한 무기로 미란다와 크레덴다(상징조작)를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미란다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대상으로 국기 군대 완장 깃발 지도자의 출생 사망 장소 등을, 크레덴다는 충성심 애국심 혈통(성분) 영웅적 치적과 우상화를 목표로 한다.  애국과 반일정서는 우리의 치명적 숙명일 수 있다.  바로 이런 국민의 감정을 부추겨 정치에 악용하려는 저의가 있다면 계산착오다  대내적으로 산적한 문제, 안보 경제 노동 등 심각한 실정을 덮고 ‘애국 프레임‘으로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면 스스로 무능, 비겁, 논리의 모순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글 청사-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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