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금병산 참나무 우듬지 위에 첫바람이 분다
한나절 내내 모로 세로로 까치발을 세워도
끔쩍 않던 참나무가 흔들린다
바람의 숨결이 닿자 참나무는 열 개의 손 파닥이더니
허공으로 튀어 올라 학이 된다
강을 건너고 하늘바다에 이르러 푸른 물빛 속으로 손을 뻗는다
학의 날개로 뿌리는 물줄기
금병산의 참나무 발밑까지 푸린빛 시원하다
학이 된 금병산 참나무 열 개의 손이 하늘바다를 흔든다
나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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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시인 약력]
2016년『계간문예』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편집위원, 영문협, 문학아카데미 사무국장
시집『살아가는 즐거움』,『춤명상』한국시원문학상 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