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지 많은 사연, 이야기 길에서
당신의 애인이 되었습니다.
꽃 순이 수줍음 새 가슴 살포시
열릴 즘, 당신은
하늘아래 한 그루 나무였습니다.
사계절 돌고 돌아도
그 자리에 눈망울만 껌벅일 뿐
心志 곧은 등대였습니다.
움트는 생명의 신비에 가슴 뛰고
여름이면 푸름 피워내는
신록의 언덕에서 마냥 부풀었던 꿈
가을이 물들어가는 오솔길
고독의 그림자 강가에 어리듯
쓸쓸히 사위어가는 당신을 바라보며
무수한 날
지독하게 둥지를 지키던
당신의 기량을 사랑했습니다
지나간 강물 위에 나이테 더듬으며
흰머리 한 올 한 올 늘어도
아직 난 당신의 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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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예 시인 약력]
강원도 홍천 출생. 2009년 <문파문학>신인상 등단.
경기시인협회회원, 수원시인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 PEN 클럽회원, 수원문인협회회원, 수원문학 아카데미 회원.
동남문학회 회장 역임, 동남문학상 수상. 시집: <시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