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앉은 자리에 내가 다시 앉는다
등받이를 의지했던 짙은 졸음 남았다가
재빨리 내 몸쪽으로 뜨끈하게 달라붙는다
이동한 것은 느슨한 온도만이 아니다
의자와 긴밀했던 엉덩이의 낯선 체위가
버스의 움직임 따라 내 것에 맞춰진다
하루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으로 건너가는
한 세계의 온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모든 걸 품은 것들은 파문이 아주 깊다
[표문순 시인 약력]
경기 파주 출생. 2014년《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