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날 내려오면 좋겠구나
고추장 담글 날에 똥그라미를 쳐놓고
죽을만큼 아팠던 엄마
목소리가 봄비처럼 희미하다
가끔은 연습 없는 이별을 떠올리다
낡은 젖무덤이 흐느끼는 꿈을 꾸면
밤새 머리가 하얗게 샌 목련 한 그루
훌쩍이는 콧물로 달랑 한 줄
썼다 지워진 편지처럼
붉게 구겨진 꽃잎, 발끝에 채이는
봄날이 휘적휘적 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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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 시인 약력]
강원도 양양 출생.
2006년 <문학시대>신인상 등단.
국제 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아버지의 휠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