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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헛발질
  • 최원영 기자
  • 등록 2019-06-18 16:05:49
  • 수정 2019-07-19 2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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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행보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는 정확한 정보도 갖지 않은 채 국회의원과 법무부, 부산시 관계자들과 함께 캄보디아로 갔다가 망신만 당했다.

전재수 국회의원(왼쪽)과 위성백 예보사장(오른쪽) 등이 캄보디아 법정에서 재판이 연기되자 멍하니 앉아 있다.

그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사태 이후 캄보디아에 묶여 있는 6,500억원 상당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명분으로 지난 13일 캄보디아로 갔다. 하루 뒤인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캄코시티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재수와   법무부 및 부산시 관계자,예금보험공사 직원 등 관계 기관이 현지로 총출동했다. 또 오낙영 주캄보디아 대사를 비롯해 현지 진출 기업인 50여명과 월드시티 측 관계자, 현지 언론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위 사장은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명분을 달아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또 돈을 받아오겠다고 언론에 알리는 등 호들갑을 떨면서  캄보디아로 갔지만 법원 측 사정으로 재판이 연기되는 바람에 모두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들이 법정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위 사장과 함께 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프놈펜 시내 항소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캄보디아 측 사정으로 재판은 연기됐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달라”는 말을 한게 고작이었다.

재판을 맡은 셍 시부타(Seng Sivutha) 수석판사는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이기 때문에 5명의 재판관이 필요하지만 2명에게 사정이 생겨 부득이 변론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한 명은 전날 모친상을 당했고, 나머지 한 명은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셍 시부타 판사는 또 “우리 법원에는 다른 재판관들이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며 “멀리서 오셨는데, 재판을 연기하게 된 데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재판은 연기될 우려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재판관 성원이 안 돼 재판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위 사장 등은 엄청난 돈을 들여 현지로 간 것이다.  재판에서 승소한다는 잘 못된 정보를 받지 않고서는 이처럼 많은 관계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위 사장은  뭔가 일을 하는 척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사실 캄보디아 주변에서는 예금보험공사 캄보디아 지사에 파견된 간부 직원이 토마토저축은행 채권회수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검찰의 수사가 압박을 가해오자 위 사장이 여론 몰이를 위해 무리하게 캄보디아로 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헛걸음을 하게 되자 재판이 어떻게 해서 연기가 됐는지 조사를 해라고 캄보디아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에게 지시를 했다는 후문이다. 재판이 연기되는 줄도 모르고 막대한 돈을 들여 현지로 갔지만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본인만 간게 아니라 국회의원 등이 총출동한 자리에서 말이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 현지 개발사 ‘월드시티’의 이상호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공항과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려던 신도시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분양 저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은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채권은 회수되지 않았다. 사업약정서상 이씨의 지분은 40%에 달한다. 게다가 이씨는 2013년 12월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나머지 지분 60%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공항과 고속도로 등의 사업은 이미 중국 쪽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예금보험공사의 지지부진한 채권회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인들 사이에선 ‘이씨가 캄보디아에 투자한 자금을 예금보험공사가 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탓에 예보에 대한 분위기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장은 재판을 유리하게 이끈다는 명분으로 떼를 지어 법정에 갈 것이 아니라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 고위관리 출신인 위 사장이 법정에 떼를 지어 참관하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재판이 사실관계 등이 아니고 법정에서의 시위(?)로 승소할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참말로 어이가 없다. 위 사장은 오는 27일 다시 열릴 예정인 재판에서는 그런 여론몰이식 참관을 하지 말고 승소할 수 있는 자료나 제대로 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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