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십자가가 굽어보는
성당을 향해 언덕길 올라간다
마당귀 코스모스가 여린 꽃잎 흔들며
눈인사로 반긴다
연무가 펼쳐놓은 수채화 한 폭
자동차 엔진소리 매달고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굳게 닫힌 성당 문
흔들리는 촛불 앞 성모 마리아는
누굴 위해 합장 기도하고 있을까
자드락 길 들어서자
바람 한 점 없는 숲속 고요가
적막의 소리로 묵직하다
툭, 밤톨 구르는 소리에 화들짝
몸을 움츠린다
하나님이 내려주신 맛나 인가 산길엔
산 밤 널려 있다
켜켜이 쌓인 낙엽에 채여 미끄러지면서
밤을 줍는다
가시 면류관이 그럴까 찔리고 피 흘려도 아프지 않다
문득 고개 들어보니
나뭇가지와 잎새 사이 성모상이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
숲길엔 또다시 낙엽이 쌓이고
거리와 들판과 성당 지붕 위에도
축복의 눈이 내릴 것이다.
내리는 눈 속에서
너를 위해 기도하는 두 손과
십자가 앞에 엎드려
울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약력-------------
충남 부여출생. 본명 이순희.
2018년 <문예비젼> 등단. 경기시인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