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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관리의 궁색한 변명
  • 이용웅 기자
  • 등록 2019-05-24 13:52:51
  • 수정 2019-05-24 16: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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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부자가 있다. 그는 1년에 10억3천만원을 벌다가 지난해 9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무려 1억3천만원이나 덜 벌었다. 또 다른 친구는 서민이다. 시쳇말로 가난뱅이다. 그는 1년에 3천만원 넘게 벌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전년도보다 좀 줄어 겨우 3천만원을 맞췄다. 이들 두 친구의 소득격차가 10억원이 넘었는데 지난해에는 둘다 수입이 줄다 보니 9억원으로 좁혀졌다. 이들이 종전보다 생활이 쪼들리는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를 두고 두 친구간에 빈부격차가 줄었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서로가 다 소득이 줄면서 종전보다 살기가 힘들어졌는데 두 친구 간에 빈부격차가 줄어서 좋아졌다고 하면 어떨까? 어이가 없을뿐 아니라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핀잔을 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이런 되지도 않는 말을 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소득하위 20%가구(1분위) 소득이 월 125만4700만원으로 1년전보다 2.5% 감소했다. 또 소득상위 20%가구(5분위) 소득은 월 992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2.2% 줄었다. 5분위 가구 소득은 2016년 1분기(1.8%) 이후 12개 분기 연속 늘다가 3년여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민이나 부자나 올들어 모두 소득이 줄어들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것이다. 모두가 종전보다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두고 빈부격차가 줄었다고 자랑질하고 있다. 통계청 박상영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의 소득 급락이 멈춰섰고 5분위에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의 부진이 나타나면서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분이 배열지표에 정부의 정책효과가 반영돼 있고 이번 분기가 정책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수준 개선보다는 고소득층의 소득감소로 인해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을 빈부격차가 개선됐다고 말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정부관리가 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 지고 있는 점을 감추고 싶은 마음에서 위안을 삼으려고 이렇게 평가하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돈을 많이 거두어갔기 때문이다. 통계청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근로소득은 줄어드는데 건강보험료가 인상되고 이자비용이 확대된 게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2.04% 오른데 이어 올해도 3.49% 인상됐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8.6% 늘었다. 전체가구가 부담하는 이자비용도 같은 기간 17.5%나 증가했다.

부자가 한해 20억원을 벌고 서민이 1억원을 벌면 소득격차는 19억원이나 되지만 서민의 소득은 무려 3배나 많아져 삶이 더 윤택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국민들의 씀씀이를 늘릴 수 있도록 세금을 줄이고 사회보장 비용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관리가 소득이 줄어든 것을 놓고 빈부격차가 줄었다고 허무맹랑한 소리를 할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다. 그래야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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