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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지상낙원 -시인 임애월
  • 시인 임애월
  • 등록 2019-05-21 07:07:10
  • 수정 2019-10-23 07: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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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生의 시작이고 또한 끝이다
지난 계절 혹독하게 상처 입은 목숨들은
이곳 산골마을로 몰려와 꽃을 피운다
까슬하고 메마른 시간을 딛고 봄빛 맑은 날
빛과 흙, 바람과 물의 기운을 빌려
자기만의 언어와 색깔로 말문을 연다
오랜 세월 어둠 속에 묻어두었던
실존의 기억들을 길어올린다
꽃을 보는 일은
누군가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시간의 상처들이 너울대며 꽃무늬를 이룬다
그 무늬 속을 거슬러 통증의 파편들이 고여 있는
깊은 동면의 우물 속 두레박 끌어올리면
비로소 드러나는 지난 시절의 결핍들
너른 산맥의 빛 속에서 찬란해진다
어둠과 갈등의 먼 계절을 돌아와
오늘 기꺼이 하늘로 밀어 올리는
저 빛나는 꽃잎, 꽃잎들
이 봄
그대는 상처마저 당당하다


약력
1998년 『한국시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사막의 달』『지상낙원』등 4권. 경기시인상, 한국시원시문학상 등 수상. 
계간『한국시학』편집주간, 경기PEN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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