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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시인 정연희
  • 정연희
  • 등록 2019-05-09 08:58:16
  • 수정 2019-05-21 04: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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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씨, 어디서 날아 온 것인지
앞산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바람이 쏟아낸 울음으로 쑥쑥 자라는 불꽃들
아직도 서릿발 허연 종아리쯤
아지랑이 그을리며 날름날름
붉은 혓바닥으로 진물 나는 산기슭을 핥고 있다 
불의 낱장이 하늘하늘
빛바랜 치맛자락을 붙잡고 기어오른다.
쉬이 번지고 쉬이 꺼지는
저 낮은 발화점,
늦은 추위를 견디며 떠는 불꽃들이
가위 눌렸던 무게를 울컥울컥 붉은 화기로 뿜어댄다
먼 옛날부터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저 불꽃,
불을 만들고 곁을 떠나지 못해
불을 꺾어 들고 걷던 등 굽은 조상이
차고 무거운 불로 휘어진 등을 펴고 있다
파르르 떨리는 불의 꼬리를 잡고 사라졌다 돌아 온
맹렬히 타오를수록 더 추운 봄이
연한 부리로 둥근 알을 쪼아댄다
따끈한 부화,
나무마다 붉은 날개를 펼친다
태양의 껍질을 밀어 올리던 흙의 오체투지는
가지마다 불씨가 돋게 했다
햇살 한 개 피 그어대 활활 치솟는 불길
구석구석 돋아난 소름이 환하다.

 

정연희 (용인 수지 )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20회 김유정 기억하기 공모전 수상.
제4회 생명문학상 장원.
신석초, 김삿갓 전국 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2018년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 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동서문학상 수상자모임 회원, 용인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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