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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밟기 -시인 정순영
  • 정순영
  • 등록 2019-05-04 04:04:45
  • 수정 2019-10-23 07: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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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코끝 시린 보리밟기를 합니다.

보리도 사람처럼 욕망의 잎과 줄기가 솟아올라 보리밭이 부풀면 하얀 서리가 서립니다. 웃자라기 전에 꾹꾹 밟아줘야 보리농사를 망치지 않습니다.

농부의 정성어린 보리밟기에

보리가 서걱서걱 신음소리를 내며 잔뿌리를 내립니다.

서릿바람보다 더한 보릿고개의 배고픔으로 스스로를 밟아 탐욕의 싹이나 줄기를 부러뜨리는 아픔이 겸손의 삶을 서게 합니다.

낮은 곳에 엎드린 보리의 잔뿌리가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어 진토에서 일어서게 합니다.

사람도 뿌리를 꾹꾹 밟아야 인격이 쑥쑥 자랍니다.

살던 집을 수리하던 까치 한 마리가 보리밭에 부리를 닦으며 보리밟기를 합니다.

몸짓이 가뿐한 까치와 함께 보리를 밟으며 눈썹 위에 손을 얹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싱그러운 봄을 마중합니다.

 

정순영(鄭珣永)시인 약력
경남 하동출생, 1974년 시전문지<풀과 별>추천완료. 봉생문화상, 부산문학상, 부산펜문학상 대상, 세계금관왕관상, 자랑스런시인상, 부산시인협회상, 여산문학상, 한국시학상, 현대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 등 수상. 명예문학박사.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34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현)경기시인협회 부이사장. <흙과 바람> <4인시> 동인. 시집<시는 꽃인가><꽃이고 싶은 단장><조선 징소리><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추억의 골짝에서><잡은 손을 놓으며><사랑> <4인시집(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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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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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23 11:53:34

    푸른 물결 출렁이는 청보리밭 밭둑을 발걸음 가볍게 들뜬 기분으로 거니는것처럼 詩에서 청보리 냄새가 훅 풍겨 옵니다. 보리만큼 푸른 총장님의 詩가 그 옛날로 돌아가게 만들어 옛 추억에 잠기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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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15 20:37:17

    삶을 인생을 성찰 할 수 있는 그리고 지금의 시련에 대한 조금의 위로를 얻는 시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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