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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거사'에 일자리를 마련해야
  • 이용웅 기자
  • 등록 2019-04-19 04:22:17
  • 수정 2019-07-19 2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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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처럼 옛 회사 동지들을 만났다. 

서울 강남에서 교육사업을 하는 선배가 최근 정년퇴직한 회사 후배들한테 식사 대접을 해주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다. 불과 서너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모처럼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식사를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한편으로는 씁쓸했고 한편으로는 측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비록 만 60세에 정년퇴직을 했다고는 하나 겉모습은 모두 청년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일을 더 하고 싶으나 제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지공거사(지하철 공짜타는 65세이상의 국민)이면서도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선배와 달리 기껏해야 동사무소에 개설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찾아 뭔가를 배우고 있을 따름이었다. 물론 배움에는 나이제한이 없다. 하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뭔가를 배우고 탐구하는 청소년기의 배움과는 사뭇 다르다. 솔직히 지금의 배움은 언제 어디에 써 먹을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그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하니까 공부나 하자는 '시간 때우기' 공부라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지금 넘쳐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같은 점을 상당히 우려했다. KDI는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정년퇴직 제도를 폐지해 고령층의 경제활동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내후년부터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0%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KDI는 18일 ‘고령화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2017년 수준(63.2%)으로 유지될 경우 △2021∼2030년은 평균 2.0% △2031∼2040년은 1.0∼1.9% △2041∼2050년은 1.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그대로여도 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재준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30년 동안 고령화 현상이 심해져 2050년에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 77.6명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0명가량 많다”고 했다.

따라서 향후 30년 동안은 현재 생산가능인구에서 제외하고 있는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성장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30% 선인 6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이 주요 7개국(G7)처럼 15%대로 떨어지면 2031∼2040년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1.0∼1.9%)보다 낮은 1% 미만으로 내려앉는다고 경고했다.

결국 성장률 하락을 저지하려면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정년퇴직 제도를 전면 개선해 고령 근로자도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당한 지적이다. 일률적으로 나이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정년 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 하는 낡은 제도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신체적으로 팔팔한 사람들이 나이제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동사무소에서 시간 때우기식의 공부로 여생을 보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정부도 그저 노인들을 위한답시고 이런 곳에 예산을 쏟아붓기 보다는 그만두고 싶을때까지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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